유학을 계기로 스웨덴에서 살기 시작한 지 어느덧 9년이 되었다. 2017년 만해도 ICA, Hemköp, Willys, Coop 같은 스웨덴 대향 마트에서는 한국음식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기껏해야 과일잼통 크기의 유리병에 희멀건한 배추익은걸 넣고 김치라고 파는게 전부였다. 맵찔이라 백김치와 동치미를 좋아하는 나 였지만 사우터크라우트 (Sauerkraut)를 연상시키는 그 김치를 보고는 ‘저건 절대 사먹지 말아야겠다.’ 고 생각했다. 한국 음식을 사려면 아시안 마트에 가야 했다. 당시 스웨덴에서 구할 수 있는 한국 음식은 대부분 라면이었다. , 짜파게티, 짬뽕라면, 너구리, 감자면, 튀김우동 등이 주를 이루었고한국에서는 한번도 본적 없는 비건라면인 순라면도 있었다. 가끔씩 팔도 비빔면이 들어오면 그렇게 기쁠수 없었다.
그런데 불닭볶음면과 영화 기생충을 계기로 한국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커지기 시작하더니, BTS와 블랙핑크를 통해 K팝도 점차 큰 규모의 서브컬처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오징어 게임, 케이팝 데몬 헌터스까지 연이어 성공하면서 한국 드라마와 음식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그 변화는 스웨덴에서도 체감할 수 있었다. 아시안 마트에는 비비고 제품이 쫙 깔리기 시작했고, 예전에는 스웨덴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아시안 마트에도 현지인들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스웨덴 대형 마트 브랜드인 ICA에서도 고추장을 Gochujang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한다. 가끔은 품절돼서 구하기 어려울 정도다. 고추장뿐만이 아니다. 예전에는 아시안 마트에 가야만 살 수 있었던 불닭 시리즈, 신라면, 짜파게티까지 이제는 ICA에서 살 수 있다. 한국의 동네 마트나 편의점에서 스웨덴의 국민 식품인 Kalles를 판매하는 것만큼이나 신기한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한국 음식의 인기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스웨덴 마트에는 여전히 한국인인 내가 보기에는 정체가 의심스러운 이른바 ‘짝퉁 한국 음식’들이 많다.
앞서 이야기했던 정체불명의 김치는 아직도 스웨덴 마트에서 볼 수 있다. 대체 누가 사 먹는 걸까 궁금할 정도로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제품이다.

라면도 만만치 않다. 아래 사진처럼 기본 서체로 번역체 한국어를 큼지막하게 적어놓은 제품들이 종종 눈에 띈다. 그나마 이 제품은 포장에 ‘Korean Inspired’라고 적어놓아 한국 음식 자체가 아니라 한국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반면 포장만 보면 꽤 그럴듯한 제품들도 있다. 한국어도 제대로 적혀 있고, 서체에도 나름 공을 들였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브랜드이거나, 막상 먹어보면 기대했던 맛과는 거리가 멀다. 이전부터 스웨덴 마트에서 볼 수 있었던 Risberg라는 브랜드도 있다. 풍문으로는 한국 음식에 관심이 많은 스웨덴인이 만든 브랜드라고 한다.

한국 음식은 이제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마트에서 파는 제품만 있는 것도 아니다. 스웨덴 마트에서는 아예 조리된 음식도 판매한다. ICA에서 장보는데 얼핏 지나가다 ‘Korean Style’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어 호기심이 생겼지만, 빵과 김치의 조합은 아직 나에게도 낯설다.

마트뿐 아니라 카페나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도 한국 음식을 찾아볼 수 있다. 버거킹 같은 글로벌 체인에서 한국식 메뉴를 내놓는 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그런데 미스터 요크(Mister York)는 조금 다르다. 칼마르라는 스웨덴의 지방 도시에서 시작한 현지 수제버거 프랜차이즈인데, 이곳에서도 한국식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9년 전만 해도 스웨덴 마트에서 한국 음식을 찾으려면 아시안 마트를 찾아가야 했는데, 이제는 동네 마트와 햄버거 가게에서도 한국 음식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